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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몽골 기후변화대응의 최전선, 마을 - 마을이 답이다!

Author
관리자
Date
2024-02-1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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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기후변화대응의 최전선, 마을 - 마을이 답이다! / 김영래 교수 및 소장 / 몽골재정경제대학교 한몽개발연구소

*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2023년 뉴스레터 몽골어 기고문의 한글 원본임

몽골의 위도는 북위 46.9°로 쾨펜의 기후 구분에 의하면 스텝 기후(Steppe Climate)로, 초원기후라고도 한다. 초원기후는 기온이 낮고 강수량이 적어 수목이 자라기 어려운 토양을 가진 지역이다. 이곳은 한대 혹은 냉대기후처럼 인간의 집단적 생활을 허락하는 지역이 아니다. 그렇다고 남쪽의 온대기후처럼 강수량이 풍부하여 농사를 통해서 인구가 모여 도시를 형성하는 지역도 아니다. 몽골은 거친 환경과 때론 싸우고 때론 순응해야 하는, 인간의 분투를 더 많이 요구하는 척박한 땅이다. 현재 우리가 서있는 이 땅과 삶의 생태계는 오랜 시간 동안 거친 환경과 그 변화에 도전과 순응하면서 지혜롭게 적응한 몽골인의 분투의 소산이다.

2023년 현재 이 땅은 또 다른 거친 환경과 대면하고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년간 몽골에서는 1166개의 호수와 887개의 강, 2096개의 샘이 사라졌다. 또한 몽골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토 중 76.9%가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의 위험에 있다. 곧 이전의 거친 환경과는 질적으로 다른, 경험하지 못한, 유례없는, 몽골 전체 삶의 존폐를 결정하는 환경발 위기와 조우하고 있다. 단일 요인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는데 여전히 논리적 간극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상승이 설득력 있다. 지난 60년간 세계 평균 기온이 0.7도 상승하는 동안 몽골은 2.1도 올랐다. 몽골 초원기후의 건조한 토양은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마치 마른 건초에 불을 지피는 것과 같이 몽골 토양은 온도상승에 매우 직접적이고 파괴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질문은 비교적 간단하다. “몽골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기후변화는 초국가적으로 발생해서 몽골에만 미치는 원인-영향의 정도를 찾기도 어렵도 찾아도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서 그 원인을 제거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결국 함께 살고 함께 죽는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기후변화 완화(mitigation)를 위한 방법을 간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피할 수 없다면 적응(aadaptation)해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몽골에서 ‘누가’ 대응하고 적응해야 하는가? 기후변화의 영향이 무차별적이기에, 우선은 몽골에 사는 지각 가능하고 행동 가능한 모든 개인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개인 단위에서 행태적/행위적 대응을 기대 할 수 있다. 또는 중앙정부가 정책적/정치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할 수도 있다. 이 두가지 경우 모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유의미한 주체이지만, 몽골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이런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 몽골만의 독특한 공간환경의 고려가 요구된다.

2021년 현재 몽골의 1,564,116km2 국토면적에 대략 3.4백만명이 살고 있다. 유별난 것은 전체 면적 비중의 3% (4,007㎢)인 울란바타르에 1.6백만명이 살고 있고, 나머지 97%의 면적(남한(100,266㎢)의 15.3배)에 1.8백만명만이 살고 있다. 수도-지역 간 국토이용의 공간적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이다. 지역은 다시 20개의 아미막과 330개의 솜으로 구성되는데, 이 곳의 인구밀도를 따져보면 세계에서 유례 없이 낮은 수준인 1.15명/km2 정도이다. 곧 거의 빈공간에 가까울 정도로 드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흩어져서 드문드문 살고 있는 형상이다. 문제는 이 공간이 몽골 정부가 발표한 사막화 및 황폐화 위기에 처해있는 76.9%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이 공간에서 목초지 비중은 전체의 80% 정도인데, 이는  20개 아이막과 그 곳에 330개 솜에 사람이 살고 있는 모두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피해자이거나, 향후 진행될 기후변화의 잠재적 피해자임을 의미한다. 곧 기후변화의 거칠고 강력한 영향을 인간이 직접 조우하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이다. 몽골이 97% 면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330개 솜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것은 매우 당위적이다.

이 공간은 세계 최저의 인구밀도를 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솜은 솜센터를 중심으로 “정주”와 “이동” 사이를 넘나들며 유목을 생업으로 하는 몽골만의 독특한 사회경제 생활 공동체를 구축해왔다. 솜센터는 정주의 형태로 보면 마을(village)에 해당된다. 마을에는 그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협력의 연대감과, 지역화된 생산과 소비, 그리고 기초적인 생활인프라 등이 있다. 따라서 마을(정주)과 유목(이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는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 환경/생태적 상황 등 가장 잘 이해하며, 그와 관련된 우려사항을 잘 파악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력을 기르기 위해서 나무를 심든,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지역에너지 자립을 하든 그 지역을 지키는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공동체가 전제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몽골 드넓은 초원공간 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외롭게 서있는 마을이 바로 기후발 위기로 부터  몽골을 방어하는, 할 수 있는 소중한 파수꾼이자 보루인 것이다. 과거 거친 환경과 싸우고 순응하면서 환경변화에 지혜롭게 적응한 역사의 유산을 상기하며,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와의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마을(솜센터)과 그 속의 공동체가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또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많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국제 ODA 사업 혹은 몽골 정부 자체 사업들이 이런 방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